한국의 외교정책

한 나라의 외교정책은 그 나라 국민들이 처한 도전에 대한 응전일 뿐 아니라 그 나라 국민들이 추구하는 이익과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정부를 중심으로 국제 사회에 대해 취하는 제반 조치이다. 따라서 한 나라의 외교정책을 이해하려면 먼저 그 나라가 처한 지정학적인 여건과 그 국민들이 당면한 제반 도전요인들을 이해하고, 주변국과 비교한 그 나라의 상대적인 국력과 외교정책 가용수단을 따져 본 뒤, 그 국민들이 지향하고 추구하는 이익과 가치를 분석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의 외교정책은 분단상황과 세계질서의 변화를 포함한 한반도의 지정학적인 여건, 주변국과 비교한 한국의 상대적인 국력과 외교정책 가용수단, 그리고 한국이 추구하는 국가이익과 국가 목표에 따라 형성되는 외교의 기조와 과제에 의해 형성된다. 따라서 한국의 외교정책을 이해하고, 설명 · 전망하려면 이러한 요소들을 잘 분석해보아야 한다. 물론 실제 한국의 외교정책은 정부가 구체적인 정책을 결정하고 시행하는데, 각 정부가 추구하는 이념과 세계관, 성향이 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므로 정부마다 정책의 방향과 내용, 모습에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한국 외교정책의 환경은 다차원적으로 구성된다. 무엇보다도 시대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지리적인 여건이 기본적인 환경이다. 또한 큰 단위부터 살펴보면 외교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은 세계체제와 국제질서 변화, 동북아 체제 및 질서 변화, 국가관계(한국과 관련국과의 관계), 한국에만 존재하는 특수요인으로서의 남북관계, 한국 내부 상황 등의 환경적인 요인들이다. 따라서 상기한 다섯 가지 수준에서의 분석이 잘 이루어져야 한국 외교에 대한 이해와 정책 전망이 가능하다. 한국 외교의 경우 일반적인 다른 나라들과 차별화되는 것은 분단국가로서의 특징이다. 남북 간 특수관계와 북한을 둘러싼 국제관계가 한국의 외교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오늘날 한국의 경제력은 세계 10위 정도로 발돋움하였고 군사력도 세계 10위 이내의 위상을 갖고 있다. 따라서 만일 한국이 아프리카 대륙의 한중간에 있다면 지역 강국으로서 지역 질서를 주도하는 지위와 위상을 누릴 것이다. 그러나 한반도는 유라시아 대륙의 동쪽 끝에 위치하고 주변에는 한국보다 강력한 경제력과 군사력을 가진 국가들이 포진하여 결국 해양 세력과 대륙 세력이 연결되거나, 힘이 교차하여 협력 또는 갈등과 대립을 벌이는 교량적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운명을 가졌다. 우리가 아직 주변 강대국들에 비해 상대적 열세를 보이는 국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 냉정한 현실이기 때문에 지역 질서를 주도하기보다는, 주변국들과의 협력을 도모하면서 지역질서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는 동시에 지역질서 형성에도 기여하는 것이 현명하다. 물론 우리가 지혜로운 외교를 펼쳐나가고 슬기롭게 평화통일도 달성한다면, 이러한 지정학적 위치는 우리가 역내 중심국 역할을 맡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는 한국 외교의 자율성과 직결된 문제이다. 한 민족이 일제로부터 해방된 것은 우리 조상들의 독립운동만으로 달성된 것이 아니라 제2차 세계대전과 태평양전쟁의 결과가 압도적인 영향을 미쳤고, 미·소의 타협에 의하여 조국은 분단되었다. 또한 소련과 중공의 지원으로 감행된 북한의 남침으로 한국전쟁이 발발, 국제전으로 확대되며 3년간 지속되었다. 정전협정 체결 역시 미국, 소련, 중국의 주도하에 성사되었다. 특히 그 이후 한국 정부는 한·미동맹을 체결하여 미군을 한반도에 주둔시켜 북한의 남침을 억지하여 왔으며, 미국은 한국의 경제 재건을 돕고 일정 수준의 자주 국방력 강화를 지원했기 때문에, 한국의 외교정책은 미국과의 긴밀한 조율 하에 이루어져 왔다. 그간 한국이 외교정책을 수행하면서 1980년대 말까지 고려해온 기본적인 지역 세력 구도는 한·미·일 남방 3각 동맹 협력체제와 북 ·소· 중 북방 3각 협력체제 간의 이념적 · 군사적 냉전·대립구조였다. 한·미동맹과 미일 동맹 그리고 한·일 경제협력 관계로 구성되는 남방 3각 협력체제의 골간은 오늘날까지도 이어져 오고 있다. 그러나 북방 3각 협력체제는 북·중 동맹, 북 · 소 동맹, 중 · 소 협력으로 시작되었으나, 1960년대 말 중·소분쟁으로 인해 한 축이 완전히 무너졌고 미·중의 화해, 미·소 데탕트가 이루어진 1970년대에는 심각한 균열 상태로 들어갔다. 또한 1980년대 중반 고르바초프 등장 이후 소련이 개혁 실패와 민족문제로 붕괴하자 소련을 계승한 러시아는 오히려 친 남한 정책을 펴다가 1996년 이후 남북한 균형 정책을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의 일방주의를 견제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접근하였다. 그 결과 오늘날은 북·중 동맹, 러시아의 남북한 균형 정책, 러·중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특징으로 하는 새로운 북방 삼각관계가 형성되었다. 또한 북한이 핵을 개발하고 수시로 대남 군사도발을 감행하기 때문에 한국 정부는 미국과의 협력을 강화하면서 이에 대비하고 있고, 미국은 급속히 초강대국으로 부상 중인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 · 일 동맹과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한·일 협력을 후원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지역 세력 구도는 냉전 시대보다는 느슨해졌지만 남방 3각 협력과 북방 3각 협력 간 갈등이 어느 정도 재연되는 모습이다. 단지 각국은 냉전 시대의 동맹적 단결보다는 각자의 국익 증진을 더 중시하는 실용주의적인 연대를 맺고 있는 것이 차이점이다.